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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안무에 작곡가 노래선물까지…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불행의 종소리, 행복의 종소리, 한 번도 결코 날 위해 울리지 않네!" 등이 굽은 흉측한 외모를 숨기고 살아온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가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며 소리친다. 사랑하는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마음을 직접 전할 수 없는 콰지모도는 울리는 종소리에 마음을 담는다. 무용수들은 콰지모도의 마음을 대변하듯 무대에 설치된 커다란 종 3개에 매달려 온몸으로 종을 흔들었다.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무용수들이 위태롭게 몸을 웅크렸다 펴기를 반복하자 종은 더욱 크게 흔들리며 감정을 더했다.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화려한 안무는 볼거리 이상이었다. 수 세기 전 파리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군무는 인물들의 감정을 전하는 또 하나의 대사였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집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98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대작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도 2005년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이번 시즌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열리고 있다. 작품은 콰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비극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인간의 위선과 욕망을 그린다. 추한 외모를 지녔지만 가장 순수한 마음을 지닌 콰지모도, 처음 마주한 인간적인 욕망 앞에서 고뇌하는 프롤로 주교 등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계각층의 인물이 등장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에 맞게 안무 역시 여러 장르를 아우른다. 안무가 마르티노 뮐러는 현대무용, 곡예, 발레, 브레이킹이 혼합된 안무로 상황에 맞는 분위기를 전달한다. 파리 부랑자들의 우두머리 클로팽이 파리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설명하는 노래 '기적궁'에서는 브레이킹 안무가 돋보였다. 클로팽은 철제 구조물 위에서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한편 무용수는 머리를 땅에 지탱하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헤드스핀 동작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야기 전반을 이끄는 탄탄한 안무와 음악은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빛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이날 공연에서 프롤로를 연기한 민영기는 종교적 신념과 에스메랄다를 향한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프롤로가 에스메랄다를 향한 저주를 퍼붓는 노래 '파멸의 길로 나를'에서는 애절한 목소리로 인간적인 감정을 뿌리치지 못하는 마음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무대 위 돌기둥들이 몸을 옥죄는 장면에서는 고통스러워하는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에스메랄다를 연기한 유리아 역시 섬세한 감정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무대에 홀로 올라 진정한 사랑에게 모든 것을 바치겠다 노래하는 곡 '살리라'에서는 확신에 찬 힘있는 목소리로 감정을 전달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 오른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는 즉석 노래 선물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안기기도 했다. 코치안테는 "저와 작사가 뤼크 플라몽동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려 했을 뿐 성공을 바라고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며 "무대를 만들어준 모든 스태프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전쟁도 일어나고 있고 힘든 상황인데,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며 '살리라'를 즉석에서 무반주로 열창했다. 이어 배우들을 이끌고 대표곡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공연은 3월 24일까지 계속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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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둘러싼 성폭력 논란에 연극 취소…"극단 비난 멈춰달라"(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주연배우를 둘러싼 성폭력 논란에 휘말린 연극이 개막을 앞두고 공연을 취소했다. 당사자는 자신이 '성범죄 조력자'가 아니라며 극단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는 입장을 내놨다. 12일 공연계에 따르면 연극 '두 메데아'를 제작한 극단 서울공장은 이 연극의 개막을 열흘 앞둔 지난 9일 공연을 취소했다. 주연배우인 김모씨가 과거 성폭력을 방조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일부 연극인과 관객들은 극단과 공연장을 대관한 대학로극장 쿼드에 문제 제기하며 연극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성범죄를 방조한 예술인이 과거에 대한 자성 없이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2018년 공연계 미투 운동 때 김씨는 극단 대표 시절 연출가의 성폭력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를 조사한 경찰은 그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문제의 연출가는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저 때문에 공연이 열흘 전에 취소되는 사태를 겪으며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하게 됐다"며 "(연극을 제작한) 극단 서울공장과 (공연장을 대관한) 쿼드 극장과 서울문화재단에 대한 비난을 멈춰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씨는 "저는 성폭력 조력자가 아니다"라며 "성폭력 방조와 권력 남용을 통해 개인적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극단 내에서 따뜻하고 마음이 넓은 선배는 되지 못했다"며 "그 때문에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헤아리지 못한 시간들에 대해 마음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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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성 "저는 뮤지컬에 미친 사람…군대 휴가 나와 오디션 봤죠"(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는 뮤지컬에 미쳐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뮤지컬로 시작해서 뮤지컬로 끝나죠. '몬테크리스토'를 너무 좋아해서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 오디션을 보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 출연 중인 배우 고은성(34)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작품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다. 그는 "'몬테크리스토'는 20대 초반부터 좋아한 작품이라 언젠가 배역을 맡을 것이라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며 "작품을 오래 준비했기에 이야기와 매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간 감옥에 갇혔던 선원 에드몬드의 복수와 용서를 그린다. 이번 시즌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소설에 가깝게 설정을 바꾸고, 인물의 다층적인 면이 더 드러나도록 복수에서 용서로 이어지는 감정선을 보강했다. 고은성은 "복수하고, 용서하고, 끝나는 단순한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과정이 복잡하다"며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복수를 하다 어느 순간 용서를 깨닫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 복수에 미쳐서 남을 용서하기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작품과 에드몬드라는 인물에 관한 자신만의 해석도 함께 들려줬다. "'몬테크리스토'는 에드몬드라는 선원이 인간이라는 파도를 만나 항해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바다 위에서는 내비게이션이 있는 것처럼 능숙한 사람이지만, 인간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뒤 어려움을 다시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고은성은 지난해 11월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여섯 번째 시즌에 주인공 에드몬드 역으로 합류했다. 2010년 초연한 '몬테크리스토'는 이번 시즌 고은성을 비롯해 새로운 배우에게 주인공 역을 맡겼고, 작품의 줄거리와 넘버 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군 복무 중 10주년 기념 공연의 오디션을 보러 갈 정도로 익숙하고 애정을 품은 작품을 새로운 환경에서 준비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은성은 완전히 새롭게 작품을 만드는 일이 오히려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출연했던 배우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분석하고, 캐릭터의 의도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움직임을 만들며 최선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간 감옥에 갇혔던 선원 에드몬드의 복수와 용서를 그린다. 이번 시즌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소설에 가깝게 설정을 바꾸고, 인물의 다층적인 면이 더 드러나도록 복수에서 용서로 이어지는 감정선을 보강했다. 고은성은 "복수하고, 용서하고, 끝나는 단순한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과정이 복잡하다"며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복수를 하다 어느 순간 용서를 깨닫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 복수에 미쳐서 남을 용서하기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작품과 에드몬드라는 인물에 관한 자신만의 해석도 함께 들려줬다. "'몬테크리스토'는 에드몬드라는 선원이 인간이라는 파도를 만나 항해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바다 위에서는 내비게이션이 있는 것처럼 능숙한 사람이지만, 인간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뒤 어려움을 다시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고은성은 2011년 데뷔한 이래 조연을 거쳐 '헤드윅', '데스노트' 등 대극장 작품에서 주연을 맡는 배우로 성장했다. 18살 때 아무런 기대 없이 억지로 끌려가 감상했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고, 그 후로 고은성은 오로지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 그는 "저는 뮤지컬의 간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극적인 상황과 뮤지컬 특유의 감수성이 저를 뮤지컬에 미치게 만든다. 뮤지컬이 저를 늘 긍정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뮤지컬에 미쳐있는' 그는 무대의 본질에 벗어난 것들에 흔들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뮤지컬에 출연하며 이겨낸 뒤로는 어떤 일이 닥쳐도 무너지지 않는 에너지까지 갖추게 됐다. 고은성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맡은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것이고, 하루하루 공연을 잘 풀어내는 것"이라며 "관객의 함성도 내가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관객이 주는 감사함을 알되, 감사를 위해 살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 역시 흥행과 관계없이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과거에 출연한 작품이 있으니 지금이 있고, 지금이 있어서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준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활동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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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자 "나는 항상 현재 진행형…언제나 죽기살기로 연기"(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제가 항상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과거의 인물로 남는 순간은 숨을 거두는 날이죠." 60년 넘게 연극 무대를 지킨 배우 박정자(82)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화문문화예술상 시상식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관객과 배우가 무대에서 라이브로 만나는 것이 연극의 힘이고, 그 힘 덕분에 현재 진행형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이날 광화문문화포럼으로부터 제5회 광화문문화예술상을 받았다. 광화문문화포럼은 60년 넘게 연극 무대를 이끌어 온 배우이자, 연극인 복지와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한 박정자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 박정자는 "아직 이 상을 받을 차례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느덧 나이가 팔십하고도 둘이 되었으니 어영부영 순서가 된 게 아닌가 싶다"며 "배우의 삶이 끝나는 날까지 진행형으로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는 디지털 스크린이나 액자 속에 갇힌 배우가 아니라 아날로그 연극 무대에 선 배우다. 제가 만약 액자 속에 갇혀 있다면 언제든 저를 액자에서 꺼내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정자는 멈추지 않는 활동으로 관객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다.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하던 1962년 '페드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총 16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왕성한 활동 덕에 많은 수의 대표작을 남겼다. 1966년부터 극단 자유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며 '따라지의 향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등에 출연했다. '신의 아그네스', '햄릿' 또한 대표작으로 불린다. 1970년 연극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았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충녀'와 '육체의 약속'에서 활약하며 영화계에도 족적을 남겼다. 그는 "지금까지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한해도 쉬지 않고 활동했다는 사실뿐"이라며 "저는 제 일이 운동선수와 똑같다고 생각한다. 단 한 번도 연기를 쉬면서 취미로 한 적이 없고 죽기 살기로 임했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박정자는 여든이 넘긴 지금도 공연을 매진시키는 스타 배우다. 2021년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는 80세의 등장인물을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인기리에 공연 중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끝나면 또 다른 연극과 뮤지컬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 박정자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연극배우로 대해주고 내게 관심을 보내주는 것이 활동의 원동력"이라며 "스타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라는 평가에도 그는 만족하는 법이 없다. 그는 연극 무대에서 늘 부족함을 채워간다고 말한다. 박정자는 "순간순간 만족은 있을 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보면 늘 부족한 점이 보인다"며 "만족은 절대로 없다. 2%라도, 단 0.2%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연극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것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는 현재에도 '영원한 아날로그'인 연극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박정자는 "디지털 세상이 와도 AI가 배우 박정자나 연극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을 고른 선택이 탁월했다. 매일매일 인간답게 살아가며 무대에 설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무대에서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는 박정자는 자신을 기억하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단지 연극배우로 남고 싶다는 그의 말은 짧지만 큰 울림을 남긴다.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 없고, 어떤 수식어도 거부해요. 그냥 '연극배우' 박정자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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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연출가 김삼일 "60년 버틴 극단의 힘? 진지하게 연극할 뿐"(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연극은 진지하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이든 늙은 사람이든 작품을 진지하게 올리면 다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창단한 은하 극단이 그래서 60년을 버틴 것이죠." 연극계 원로를 조명하는 축제인 '늘푸른연극제'를 준비하는 연출가 김삼일(82)의 목소리에서는 뚝심을 느낄 수 있었다. 5일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 연출은 연극에 관심이 없는 젊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방법을 묻는 말에 단순한 대답을 내놓았다. 연극의 불모지였던 경북 포항에서 60년간 지방 연극 문화를 이끈 그의 말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달 6∼28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리는 늘푸른연극제는 '플레이 어게인'(play again)을 주제로 원로 배우, 연출가, 극작가 등을 조명하는 작품 4편을 소개한다. 연출가 부문에 선정된 김 연출은 1963년 KBS 포항방송국 성우로 입사한 이듬해 극단 은하를 창단하며 본격적인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대지의 딸들', '별은 밤마다' 등 지금까지 연극 총 169편을 연출했고 1983년 한국연극예술상과 2004년 이해랑연극상 등을 받았다. 그의 노력으로 포항에 뿌리를 내린 극단 은하는 1983년 포항시립극단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리얼리즘 연극을 표방하는 김 연출은 대본에 충실하게 작품을 올린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포항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공연할 당시 연극을 처음 보는 고등학생들도 연극을 즐겼다"며 "오늘날 연극처럼 이야기를 비트는 일 없이 책에 나오는 그대로 무대를 올렸다. 폼을 내거나 재면서 연극을 올리는 일은 결코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연출은 6∼7일 황혼기에 접어든 세 친구의 순수한 사랑을 담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연출한다. 그는 "세 사람의 연기자가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0∼14일 열리는 '비목'에는 원로배우 백수련이 출연한다. 할머니 윤구가 전쟁에서 전사한 둘째 아들의 비목을 찾아 다니는 과정을 담는다. 백수련은 연습 기간 낙상 사고로 다리를 다쳐 수술을 받는 등 연습에 지장을 겪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한다. 백수련은 "출연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는데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며 "연기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배우로 끝까지 책임을 지려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어 원로배우 윤문식과 최주봉, 이승호가 출연하는 연극 '폐차장블루스'가 18∼21일 공연된다. 거제 포로수용소 생활을 함께 한 세 노인이 해묵은 오해로 갈등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윤문식과 최주봉은 1964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6기 동문으로 만난 뒤 60년간 맞춰온 호흡을 선보인다. 폐막작으로는 24∼28일 이현화 극작가의 '누구세요?'가 공연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채 각자가 집주인이라 주장한다는 내용의 부조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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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호황 이어갈까…'라이선스 신작'·'코로나 초연작' 주목(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올해 뮤지컬 시장이 지난해의 '역대급'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6일 공연계에 따르면 주요 뮤지컬 제작사들의 작품 라인업은 상당 부분 윤곽을 드러낸 상태다. 제작사들은 지난해 높은 티켓 판매액을 올린 기세를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 지난해 흥행을 견인했던 대작 뮤지컬의 자리는 새로운 라이선스 작품들로 채운 것이 특징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1∼3분기 약 3천374억원의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다. 2022년 전체 티켓 판매액은 약 4천253억원으로, 연말 대작들의 흥행 성적이 반영되면 2022년 판매액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공연 시장 역시 뮤지컬계 흥행에 힘입어 큰 폭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티켓 거래액이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성장세를 유지하려는 올해 뮤지컬 라인업에서 주목할 키워드는 '신작 라이선스 뮤지컬'과 '코로나 시기 초연작'이다. 신작 라이선스 뮤지컬로는 토니상 6관왕 수상작인 '디어 에반 핸슨'을 시작으로 일본 만화 원작의 '4월은 너의 거짓말'과 '알라딘'이 열린다. 특히 '알라딘'의 경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3천회 넘게 공연하며 성공을 거둔 초대형 히트작으로, 올해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작품 중 하나다. 코로나 시기 초연을 올렸던 뮤지컬들은 재공연으로 기세를 이어간다. 대개 2∼3년을 주기로 재공연에 나서는 뮤지컬 장르의 특성상 코로나 유행 당시 초연을 올린 작품들은 올해 다시 관객의 평가를 받는다. 2021년 초연한 '그레이트 코멧'과 '하데스타운'이 대표적이다. '하데스타운'은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 누적 관객 100만명을 기록한 대작들도 잇달아 열린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6년 만에 열리는 한국어 공연이며, '지킬 앤 하이드'는 2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시카고'와 '영웅'의 경우 1년 만에 재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관계자들은 올해 뮤지컬 시장이 작년의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병성 공연평론가는 "기존에 알려진 대작들과 코로나 시기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작품이 공연을 앞두고 있다. 작품 수만 비교하면 성적이 좋았던 작년보다도 더 늘어난 느낌"이라며 "올해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못지않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시장의 외연을 큰 폭으로 늘린 만큼 내실을 키우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에 공연이 편중되는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올해 대극장 공연이 예정된 창작 뮤지컬은 '파과', '천 개의 파랑', '베르사유의 장미' 등 7편으로 대극장 라이선스 작품의 절반 정도다. '테일러', '비하인드 더 문', '벤자민 버튼' 등 다른 창작 뮤지컬들은 대학로와 중극장 공연을 바탕으로 대극장 진출을 노린다. 낭만바리케이트는 하반기 '번 더 위치', '방구석 뮤지컬' 등 신작을 공동제작으로 선보인다. 관계자들은 경쟁력 있는 창작 뮤지컬이 대극장에 오르려면 작품을 검증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라이선스 작품만으로는 시장의 외연은 커질 수 있으나 성숙한 시장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학과 교수는 "창작 뮤지컬이 발전할 수 있어야 건강한 뮤지컬 생태계 형성이 가능하다"며 "지역 시장을 활용해 창작 뮤지컬 육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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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 학전에 도착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꿈은 끝없는 것"(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청량리, 청량리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안내방송을 따라 열차에서 내린 연변 출신 여성 선녀가 갈 곳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종착역은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는 듯 주인공을 막아 세우지만, 약혼자를 찾으려는 선녀의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29년간 대학로를 달려온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종착역인 학전 소극장에 멈춰 섰다. 1994년부터 4천257회의 공연과 73만명이 넘는 누적 관객을 모은 공연은 초연 30주년을 하루 앞두고 막을 내리게 됐다. 31일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마지막 공연을 관람하려는 관객들로 가득 들어찼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객들은 '1998년 11월, 서울'이라는 문구가 적힌 무대를 사진에 담아두려고 카메라를 찾고 있었다. 이윽고 지하철 소리에 강렬한 전자기타의 연주가 더해지며 공연의 막이 오르자 무대에는 에너지가 차올랐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은 연신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지하철 1호선'은 연변 출신의 여성 선녀가 결혼을 약속한 상대인 제비를 찾아 서울을 헤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을 배경으로 한국 사회를 풍자한다. 독일 그립스(GRIPS) 극단의 원작을 학전 김민기 대표가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하고 각색했다. 지하철에 몸을 실은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는 그 시절 지하철 열차 한 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사람들은 야구선수 박찬호의 부상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신문을 읽고, 쓰레기 매립지 난지도와 성매매 집결지 '청량리 588'은 배우들의 대사 안에 살아있다. 미군에게 버려진 혼혈 고아 철수, 노점상 단속에 맞서며 억척스레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곰보 할매' 등 작품 속 인물들은 사회를 향해 날 선 감정을 쏟아낸다. 그들의 에너지와 감정이 과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서로를 향한 온기를 찾을 수 없는 사회를 꼬집는 가사는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11명은 배역을 바꿔가며 인간군상을 연기한다. 이들은 연습량을 입증하듯 배역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동선에 맞춰 춤을 추고 호흡을 맞췄다. 배우들의 호흡을 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남겼다. 선녀를 연기한 배우 서율은 "학전에서 올리는 지하철 1호선이 마지막이다 보니 시원한 마음보다는 섭섭한 마음이 조금 더 크다"며 "역사적인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 앞으로도 상징적인 작품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관객들 역시 마지막 공연을 기념하려는 듯 매 순간 열띤 박수와 환호로 무대를 채웠다. 가벼운 농담에는 더욱 큰 웃음으로 화답했고,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인사를 건네기 위해 계단에 도열한 출연진과 일일이 눈을 맞췄다. '뮤지컬 1호선'의 초연을 관람했다는 50대 중반 남성 김모 씨는 "젊었을 때 자주 왔던 공연장이다 보니 옛날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며 "예전에 봤던 공연 기억도 나고 재밌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 완전히 몰입하기가 힘들 만큼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 이후로 '지하철 1호선'을 다시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번에 학전에서 열리는 공연이 마지막 '지하철 1호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32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은 폐관 위기에서 벗어나 앞으로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당초 김 대표는 내년 3월 학전의 폐관을 결정했으나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곳의 공간을 재정비해 어린이극장이나 대중가요 공연장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은 이날 끝났지만, 학전은 내년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와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학전 출신 예술인들의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이어간다. 작품 속 선녀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찰나에 마지막 희망을 발견하는 것처럼, 학전은 관객과 호흡할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마지막 끝날까지 꿈을 꿔야 해. 꿈이란 끝도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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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아선, '오페라의 유령' 500회 공연 달성(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 22년 만에 기록 달성한 김아선 = 배우 김아선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5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제작사 에스앤코는 김아선이 27일 오후 7시 30분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출연으로 500회 공연을 달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아선은 2001년 한국어 초연과 2023년 공연에서 오페라 하우스의 발레 감독인 '마담 지리'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초연 당시 248회, 이번 시즌 252회 공연하며 22년 만에 기록을 달성했다. 김아선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마담 지리 역 커버(대체 배우)로 뮤지컬에 데뷔해 '미스 사이공', '젠틀맨스 가이드' 등에 출연했다. 그는 "500회를 출연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 속에서 500회를 함께한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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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웃음 속에 숨은 쓸쓸함…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못 하겠어. 이제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 실체가 없는 인물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는 두 방랑자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 제자리에서 운동을 시작한다. 기력이 넘치는 듯 팔다리를 힘껏 휘두르는 디디와 달리, 고고는 팔을 몇 차례 뻗어보더니 이내 기력이 쇠한 듯 몸을 축 늘어트린다. 디디의 몸짓을 보며 웃던 관객들도 밤낮으로 이어진 기다림에 질려버린 고고의 싫증에 웃음을 멈추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한바탕 웃음 사이에 허무함을 숨긴 작품이다. 고고와 디디가 끊임없이 주고받는 만담 같은 대사에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지다가도, 두 사람이 무언가를 하릴없이 기다리는 삶의 허무함을 털어놓자 객석은 어느새 숙연해졌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1953년 파리에서 초연했다. 국내에서는 1969년 임영웅 연출이 초연한 뒤 극단 산울림에서만 50년간 1천500회가량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 고고와 디디가 맥락을 알 수 없는 단편적 대사를 주고받는 것이 특징이다. 두 사람은 앞에서 한 말을 잊어버리고 똑같은 말을 되묻는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끝없는 기다림과 갈망 속에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희비극으로 불린다. 오경택 연출은 대사와 대사 사이 간격을 짧게 유지해 희극적 요소를 돋보이게 했다. 코미디 장면에서 빠른 속도로 대사를 주고받자 객석에서 연달아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다가도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좌절이 반복되며 쓸쓸함을 줬다. 고고 역의 신구, 디디 역의 박근형, 짐꾼 럭키와 그의 주인 포조를 연기한 박정자와 김학철 등 연기경력만 도합 220여년에 달하는 배우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바닥에 넘어진 디디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누운 채로 몸을 펄떡대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국내 무대에서 여성 배우로는 처음 럭키를 연기한 박정자 역시 웃음을 자아내는 춤사위로 인상을 남겼다. 공연에서 돋보인 부분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신구와 박근형의 에너지였다. 특히 87세의 고령인 신구는 두 시간 반에 달하는 공연 시간 내내 몸을 움직이고 큰소리를 치면서도 지친 기색을 보이는 일이 없었다. 연륜이 느껴지는 두 사람의 연기는 이들이 연극 무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했다. 할 일이 없으니 "서로에게 욕지거리나 퍼부으며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그러다가도 함께 붙어있기 싫으니 "서로 떨어져 지내자"며 소리를 치는 장면에서는 오래전 사랑이 식어버린 커플을 보는 듯했다. 두 사람의 다채로운 감정 연기는 고도의 존재를 해석하는 다양한 시각을 열어줬다. 삶에 지친 노인처럼 보일 때면 이들이 기다리는 고도가 영원한 안식처럼 느껴졌고, 무언가에 묶여버린 인생을 이야기할 때면 고도는 자유를 상징하는 듯했다. 작품은 공연을 관람한 모두가 저마다의 고도를 마음에 품고 극장을 나서도록 만들었다. 희곡을 쓴 베케트 역시 고도의 존재를 둘러싸고 어떠한 해석도 내놓지 않았기에 해석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고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고고와 디디의 모습에서는 관객 모두가 공허한 감정을 공유했다. 숱한 기다림도 모자라 이제는 고도가 오지 않으면 목을 매겠다는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내년 2월 18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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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에 김준수·조승우·홍광호 등 경합(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김준수·박강현·조승우·최재림·홍광호가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데뷔 첫 뮤지컬에 도전한 박보검은 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멤피스'는 최다인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다관왕을 노린다.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는 18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예술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최종 후보작을 발표했다. 한국뮤지컬어워즈는 2016년 시작한 뮤지컬 시상식으로 국내 뮤지컬계의 한해를 결산하는 자리다. 작품, 배우, 창작, 특별 등 4개 부문에서 총 21명(팀)의 수상자를 선정한다. 최고의 국내 창작 초연 작품을 꼽는 대상에는 '22년 2개월', '더데빌:에덴', '비밀의 화원', '순신', '시스터즈'(SheStars!)가 후보로 지명됐다. 객석 규모에 따라 시상하는 작품상에는 400석 이상에 '멤피스', '물랑루즈!', '식스 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이프덴'이 후보로 올랐다. 400석 미만에서는 '라흐 헤스트', '비밀의 화원', '웨이스티드', '인사이드 윌리엄', '판'이 경합한다. 배우 부문에서는 화려한 후보들이 경쟁하는 남우주연상의 결과가 관심을 끈다. 김준수(데스노트), 박강현(멤피스), 조승우(이하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홍광호(물랑루즈!)가 남우주연상을 두고 경쟁한다.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민경아(레드북), 아이비(물랑루즈!), 유리아(멤피스), 이자람(순신), 정선아(이프덴)가 올랐다. 남자 신인상 후보 중에서는 데뷔 첫 뮤지컬에 도전한 박보검(렛미플라이)의 이름이 눈에 띈다. 김주택(오페라의 유령), 박상혁(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윤석호(난쟁이들), 황건하(오페라의 유령)와 수상자를 가린다. 여자 신인상 후보로는 김세영(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 류인아(레미제라블), 박새힘(인터뷰), 손지수(이하 '오페라의 유령'), 송은혜가 노미네이트됐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렌트'를 떠나는 김호영은 김대종(레드북), 소리꾼 김준수(곤투모로우), 서경수(데스노트), 안지환(렛미플라이)과 함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여우조연상 후보로는 나하나(렛미플라이), 이아름솔(이프덴), 장은아(데스노트), 조정은(레미제라블), 최정원(멤피스)이 이름을 올렸다. 뛰어난 호흡을 보인 팀에게 주어지는 앙상블상 후보에는 '레미제라블', '렌트', '멤피스', '물랑루즈!', '순신', '오페라의 유령'이 포함됐다. 창작 부문 연출상 후보로는 김은영(라흐 헤스트), 김태형(멤피스), 박소영(웨이스티드), 성종완(이프덴), 이대웅(렛미플라이)이 선정됐다. 극본상에는 김솔지(비밀의 화원), 김한솔(라흐 헤스트), 박칼린&전수양(시스터즈), 정은영(판), 조민형(렛미플라이)이 후보로 지명됐다. 가장 많은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멤피스'는 대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10개 부문에서 경쟁한다. '오페라의 유령'과 '렛미플라이'는 각각 8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멤피스'의 뒤를 이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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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은 50년에 한번 찾아올 소재…동화같이 성공했죠"(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파리에서 초연을 올리고 3년이 지났을 때 영어를 쓰는 어떤 프로듀서에게 연락이 왔죠. 공연의 음반을 듣자마자 인생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어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신화는 작사가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노래 세 곡을 듣고 작품의 성공을 확신한 프로듀서가 그에게 공연을 제안한 것이다. 1980년 파리에서 3개월간 열렸던 공연은 1985년 런던 공연을 기점으로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됐다. 그 우연한 전화를 받은 작사가는 알랭 부블리(82)였고, 그에게 전화를 건 인물은 뮤지컬 '캣츠'를 제작한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였다. 부블리는 '레미제라블'의 성공이 여전히 동화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한 인터뷰에서 "'레미제라블'의 성공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런던에서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함께 작업한 작곡가조차도 성공하겠다 생각하지 못했던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부블리는 1973년 작 '프랑스 혁명', 1989년 작 '미스 사이공'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해 토니상과 그래미상을 각각 2회 수상한 작사가다. 작곡가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와 협업한 대표작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최고권위의 연극상인 몰리에르상을 받았다. 그가 작사에 참여한 2012년 작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수록곡 '서든리'(Suddenly)도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레미제라블'을 "5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소재"라고 칭한 부블리는 작품을 구상한 계기 역시 우연이었다고 했다. 그는 1978년 영국에서 뮤지컬 '올리버'를 관람하던 중 갑작스럽게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떠올리고 머릿속으로 구상에 들어갔다. 부블리는 "작품을 보고 있는데 위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소년 가브로슈가 불현듯 떠올랐다"며 "곧이어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당시 머리 한쪽으로는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지만 반대쪽으로는 '레미제라블'을 무대에 올린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상상하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주인공 장발장의 인생 역정을 그린 작품이다. 세상을 향한 분노를 품었던 장발장의 회심과 구원, 혁명을 향한 민중의 열망 등 깊이 있는 메시지로 전 세계에서 1억3천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현재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레미제라블'은 1980년 파리에서 공연한 작품에 몇 가지 장면을 추가한 버전이다. 위고의 소설을 접하지 못한 관객을 위해 장발장의 투옥 생활과 회심을 다룬 프롤로그를 추가한 것이 큰 변화다. 부블리는 "프랑스에서는 학교에서 '레미제라블'을 배우기 때문에 장발장의 이야기를 다룬 프롤로그가 필요 없었다"며 "파리 버전에는 장발장이 노역하는 장면이나 주교의 은촛대를 훔치는 장면이 없다"고 설명했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은 팡틴의 넘버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이었다고 한다. 원작 소설 중 홀로 딸 코제트를 기르는 여인 팡틴의 이야기를 보자마자 노래로 쓰겠다는 영감을 얻었다. 부블리는 해당 넘버에 대해 "작업 과정에서 가장 먼저 쓴 곡이기 때문에 마음 한켠에 기념품처럼 남아있다"며 "혁명에 나선 학생들이 바리케이드에서 부르는 노래 '드링크 위드 미'(Drink With Me)도 눈물을 글썽이며 쓴 곡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작사한 노래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불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훌륭한 원작 소설을 따른 결과물이었다고 했다. 다만, 원작 소설의 정수를 음악적으로 잘 살렸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블리는 "위고의 천재성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을 소설 속에 담았다는 점에서 드러난다"며 "위고가 묘사한 인간군상의 모습이 지금까지도 유효하기 때문에 소설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의 역할은 소설 속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내한으로 처음 관람한 한국어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훌륭한 기량에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선율이 공연에 도움을 준다고도 했다. 부블리는 "한국어를 듣고 있으면 노래하듯 말하는 느낌을 준다"며 "음정에 말을 싣는 느낌이라 공연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을 다시 찾는다면 '미스 사이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미스 사이공'과 '레미제라블'을 함께하며 인연을 이어온 배우 김수하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훌륭한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고 친구인 김수하 배우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국을 다시 찾는다면 '미스 사이공'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내년 3월 1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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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내년 라인업 공개…이용훈 주역 '오텔로' 등 풍성(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세계적 기량의 테너 이용훈이 내년 8월 오페라 '오텔로'로 국내 무대에 돌아온다. 예술의전당은 오페라, 무용, 클래식 공연 등으로 이루어진 2024년 기획 프로그램 라인업을 13일 공개했다. 내년 8월 18∼25일 열리는 오페라 '오텔로'에는 테너 이용훈이 주역으로 나선다. 지난 10월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 그는 다시 한번 완성도 높은 연기와 노래를 선사한다. 이용훈은 20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무대로 국제 무대에 데뷔한 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극장에서 공연했다. 서정적이면서 활기찬 목소리를 지녀 '리리코 스핀토 테너'(Lirico spinto tenor)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는 성악가들의 리사이틀 '보컬 마스터 시리즈'도 새롭게 열린다. 내년 7월 3일 소프라노 홍혜경을 시작으로 같은 달 26일에는 베이스 연광철이, 11월 16일에는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공연한다.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이기도 한 정명훈은 내년 10월 4일과 6일 이탈리아의 라 페니체 극장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콘서트 오페라로 들려준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은 내년 7월 20∼24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에 나선다. 최근 프랑스 문화부가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 훈장을 받기도 한 그는 이번 공연에서 다른 주역 무용수와 함께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핵심 레퍼토리들로 무대를 꾸민다. 매년 연말의 단골 공연인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도 어김없이 돌아온다. 내년 12월 14∼25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만날 수 있다. 클래식 공연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먼저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월드스타시리즈'가 첫선을 보인다. 8월 30일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바바얀의 리사이틀에 이어 9월 25일에는 지휘자 외르크 비트만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피아니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는 10월 1일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새 기획 프로그램 '바로크음악시리즈'는 10월 16일 앙상블 오브 도쿄의 초청공연으로 시작한다. 11월 16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로아 드 스와르테와 하프시코드 연주자 쥐스탱 테일러가 듀오 무대를 연다. 이와 함께 피아니스트 티에리 위에, 피터 야블론스키 등이 나서는 '현대음악시리즈', '앙상블시리즈', '마스터즈시리즈' 등이 준비된다. 내년 4월 열리는 교향악축제, 8월 여름음악축제, 10월 31일 가곡 콘서트와 12월 31일 제야음악회 등 다채로운 축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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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김준수 "10년 이어온 빨간색 머리는 이번이 마지막"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처음에는 빨간색 머리로 한두 번 공연해보고 반응이 별로면 바꾸려 했는데, 그렇게 10년을 공연했네요. 빨간색 머리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은 피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머리의 소유자로 여겨진다. 가수 겸 배우 김준수(37)가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 초연부터 10년째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드라큘라로 무대를 누비기 때문이다. 정작 김준수는 머리색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매 시즌 변화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12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1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머리와 작별한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한 그는 "5일마다 머리를 새로 염색해야 해서 머리색을 유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며 "베갯잇도 다 바꾸고 수건도 한 번 쓰고 나면 물들어서 버려야 할 정도"라고 남모를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어 머리 염색을 택했지만 이제는 변화를 주려 한다"며 "그동안의 역사를 총정리하는 10주년 공연을 마치고 변화를 주면 팬들도 갑작스럽게 느끼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압도적인 무대를 꼽았다. 드라큘라의 성을 구현한 세트와 4단 회전무대를 활용한 연출은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김준수는 "'드라큘라' 세트는 10년 전에 만들었지만 지금 봐도 최상급"이라며 "그때부터 관객에게 센세이셔널하게 다가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자신을 '시키는 것만 하던 배우'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배우'로 만들어줬다고 돌아봤다. 자신이 낸 의견이 작품 곳곳에 반영되면서 작품에 출연하는 남다른 의미도 갖게 됐다. 드라큘라가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는 넘버 '그녀'(She)가 대표적인 예다. 김준수는 곡과 별도로 존재하던 드라큘라의 긴 대사를 곡의 일부로 삽입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 지금의 넘버를 완성했다. 그는 이 넘버에 대해 "드라큘라가 지루하게 과거를 설명하는 대신 노래로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받아들여졌다"며 "제가 작품을 연출한 것은 아니지만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덩달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출발해 그룹 JYJ와 솔로 활동을 두루 경험한 김준수는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진출한 뒤 '엘리자벳', '데스노트' 등의 대표작을 남기며 정상급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매년 뮤지컬과 콘서트 등으로 쉴 새 없이 팬들을 만나는 그는 자신의 활동이 늘 기적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지난 9월에는 소속사 뮤지컬 배우들과 갈라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소원도 이뤘다. "그룹 활동 이후로도 매년 콘서트를 열고 있으니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대중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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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로 속도감 있게 풀어낸 명량해전…서울예술단 '순신'"꿈을 꾸었다. 꿈이 매우 심란하여 취한 듯 미친 듯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병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심란한 꿈을 꾼 이순신 장군은 괴로운 마음으로 무대 위에서 한 걸음씩 힘겹게 발걸음을 옮긴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그에게서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늠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순신'은 영웅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견디는 인간 이순신을 보여줬다. 이순신의 모습은 나라의 운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순신'은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행적과 꿈 이야기를 모티브로 이순신의 생애와 임진왜란의 주요 순간을 보여준다.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부터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까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극이 진행된다. 이순신의 막내아들 면과 가상 인물인 하연의 애틋한 사랑 등 상상력을 부여한 장면도 찾을 수 있다. 군법을 집행하기 위해 곤장을 치거나 참수를 명했다는 구절에서는 백성에게 형벌을 내리는 이순신의 괴로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7년 전부터 작품을 구상해 온 이지나 연출은 '순신'을 판소리, 무용, 뮤지컬 등 여러 장르가 결합한 총체극으로 풀어낸다. 한산대첩과 명량대첩 등 이순신의 주요 해전은 판소리로, 이순신의 내면은 무용으로 표현했다. 이순신의 어머니와 막내아들 면, 선조 등 주변 인물의 이야기는 뮤지컬로 펼쳐냈다. 서술자인 '무인' 역의 이자람이 판소리로 표현한 해전 장면에서는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는 듯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쟁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효과음을 사용하는 대신 "이순신이 와키자카의 대장선을 퉁", "우르르르" 등 판소리 특유의 과장된 의성어와 의태어를 들려준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명량해전을 묘사하며 물살이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지금이다"라고 울부짖는 대목에서는 쾌감이 느껴졌다. 다만 이순신의 가장 큰 승리인 명량 해전을 담아내기엔 분량이 다소 짧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순신을 연기한 무용수 형남희는 큰 키를 활용한 몸짓으로 이순신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유연하면서도 탄탄한 무용수의 신체 조건이 두드러지는 무대였다. 승리를 바라는 백성들의 기대에 휘둘리는 장면에서는 몸을 축 늘어트린 연약한 모습으로 내면의 고뇌를 담아냈다. 반면 해전 장면에서는 왜장의 다리를 잡고 번쩍 들어 올리는 등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판소리나 무용에 비해 역동성이 떨어지는 뮤지컬 장면에서는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했다. 백성과 왜군의 군무로 무대를 채우고 원색의 조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시각적 요소를 부각해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조 역의 최인형은 왕권을 향한 집착과 이순신을 향한 시기심에 사로잡힌 왕의 감정을 연기에 담아냈다. 다만 연기와 별개로 백성들이 찾아올 희망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선조가 중앙에 위치하는 연출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공연은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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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제작이 다 되는K-뮤지컬…완성도 높여 해외진출 박차대만 시장에 라이선스(공연권)를 수출하는 뮤지컬부터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뮤지컬까지. 창작과 제작 능력을 갖춘 'K-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25일 공연계에 따르면 '렛미플라이', '시스터 액트' 등 해외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의 창·제작 능력을 선보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제작사 프로스랩은 창작 뮤지컬 '렛미플라이'를 내년 3월 23일부터 3주간 대만 타이페이 웰스프링극장에서 공연한다. 대만의 공연 제작사 C뮤지컬은 작품의 음악부터 안무, 의상까지 한국 공연을 따르는 '레플리카 라이선스' 방식으로 공연한다. 과거에는 외국 제작사가 대본과 음악만 가져가 작품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완성도가 높아진 지금은 레플리카 공연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제작사는 '렛미플라이'의 줄거리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작품은 하루아침에 미래로 시간여행한 20대 청년 남원이 꿈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을 그린다. 공연 관계자는 "외국 제작사가 한국을 방문해 뮤지컬 작품을 모니터링하는 등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신진 창작자들도 나오는 상황이라 아시아권에서 관심이 크다"고 밝혔다. 뮤지컬 시장이 발전하는 단계인 대만에서 K-뮤지컬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HJ컬쳐는 지난해 '어린 왕자'를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타이페이 공연 예술 센터 대극장에서 '라흐마니노프'를 공연했다.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대만 관객들은 한국 문화를 이미 접해 K-뮤지컬에 대한 이질감이 낮다"며 "여기에 해외 관객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가치관을 전달하다 보니 호소력 있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낭만바리케이트는 오는 26일까지 '유진과 유진'의 낭독 공연(배우들이 대본을 읽으며 연기하는 시범공연)을 개최하는 등 한국 작품의 대만 진출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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